초등학생 받아쓰기 틀리는 이유, 많이 쓰게 하기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열 번이나 썼는데 또 틀렸어요."
받아쓰기 공책을 펴놓고 이 말을 하게 되는 날이 있어요.
어제 세 번씩 다시 쓰게 했고 그때는 아이도 맞게 썼는데, 다음 날 시험지에는 같은 글자가 그대로 틀린 채 돌아와요.
이럴 때 대부분 연습량부터 늘려요.
그런데 초등학생 받아쓰기 틀리는 이유를 연습 부족 하나로 보기는 어려워요.
어떤 아이는 들은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어떤 아이는 소리는 정확히 들었는데 쓸 글자를 잘못 고르고, 또 어떤 아이는 문장을 끝까지 기억하지 못해 뒷부분을 놓쳐요.
원인이 다른데 처방이 같으니 반복해도 제자리인 거예요.
그래서 쓰는 양을 늘리기 전에 아이가 어느 단계에서 막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예요.
소리, 글자, 문장 세 단계를 각각 어떻게 확인하는지, 확인한 결과에 따라 연습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집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 어디에 도움을 청하면 되는지까지 정리했어요.

받아쓰기 한 문제에 들어 있는 다섯 단계
받아쓰기는 들은 말을 옮겨 적는 단순한 활동처럼 보이지만, 아이 머릿속에서는 짧은 시간에 여러 일이 순서대로 일어나요.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무슨 낱말인지 떠올리고, 낱말에 맞는 글자를 골라내고, 순서대로 손으로 쓰고, 마지막에 문장이 말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이 다섯 중 어디가 막혀도 결과는 똑같이 틀린 답으로 나와요.
시험지 점수만 봐서는 어느 단계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공'을 '콩'이라고 썼다면 세 가지 경우가 다 가능해요.
소리 자체를 다르게 들었거나, 소리는 맞게 들었는데 ㄱ과 ㅋ 중 무엇을 쓸지 헷갈렸거나, 알면서도 급하게 쓰다 손이 먼저 나간 경우예요.
셋은 필요한 연습이 전부 달라요. 그래서 틀린 개수를 세기 전에 틀린 모양을 보는 게 먼저예요.
첫 번째 확인, 소리를 구별해서 듣고 있는지
가장 먼저 볼 것은 듣는 단계예요. 종이도 연필도 필요 없고 3분이면 돼요.
아이에게 글자를 보여주지 말고, 비슷하게 들리는 두 낱말 중 하나를 골라 들려준 뒤 방금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 말하게 해보세요.
- 공 / 콩
- 달 / 딸
- 밤 / 밥
- 살 / 쌀
- 자다 / 짜다
다섯 쌍이면 충분해요.
여기서 아이가 자꾸 반대쪽을 말하거나 두 낱말이 같게 들린다고 하면, 글자 연습보다 소리를 가르는 연습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에요.
더 확실하게 보려면 같은 낱말을 종이에 써서 보여주고 그대로 베껴 쓰게 해보세요.
보고 쓸 때는 잘 쓰는데 들려주면 틀린다면, 손이나 글자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단계에서 갈리고 있다는 신호예요.
이 단계에서 막힌 아이에게 같은 낱말을 여러 번 쓰게 해도 잘 늘지 않아요.
"엄마가 말한 게 공일까, 콩일까" 하고 고르게 하는 놀이를 하루 3분씩 며칠 이어가는 편이 훨씬 빨라요.
두 번째 확인, 소리는 아는데 글자를 못 고르는지
소리는 정확히 따라 말하는데 받아쓰기에서만 특정 글자를 계속 틀리는 아이도 있어요.
이 경우는 듣기가 아니라 소리와 글자를 연결하는 단계에서 막힌 거예요.
확인 방법은 간단해요. 틀린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글자랑 이 글자, 어디가 달라?" 차이를 말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한참 망설인다면 그 글자는 아직 구별이 안 된 상태예요.
이때 세 번 쓰게 하면 세 번 그대로 옮겨 쓰고 끝나요.
눈여겨볼 것은 한 번은 맞고 한 번은 틀리는 글자가 아니라, 같은 글자를 늘 같은 글자로 바꿔 쓰는 경우예요.
ㅐ와 ㅔ처럼 소리가 거의 같아진 모음이나, 받침 ㄴ과 ㅇ처럼 헷갈리기 쉬운 자리가 대표적이에요.
이럴 때는 두 글자를 나란히 써놓고 다른 곳을 손가락으로 짚게 하는 것부터 하면 돼요.
차이를 눈으로 찾은 뒤에 쓰는 것과 모르는 채로 쓰는 것은 남는 게 달라요.
세 번째 확인, 문장을 끝까지 듣고 기억하는지
낱말은 잘 쓰는데 문장으로 불러주면 무너지는 아이가 꽤 있어요.
"나는 학교에 갑니다"를 들려줬는데 "나는 학교 갑니다"로 쓰거나, 문장 뒷부분이 통째로 비는 식이에요.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들은 문장을 다 쓸 때까지 머릿속에 붙잡아두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확인은 쓰기 없이 해보세요. 문장을 한 번 들려주고 그대로 말로 따라 하게 하는 거예요.
다섯 어절쯤 되는 문장을 말로도 다시 옮기지 못한다면, 쓰기 전 단계에서 이미 놓치고 있는 거예요.
말로는 잘 따라 하는데 쓰기만 하면 빠뜨린다면 이번에는 쓰는 속도를 봐야 해요.
앞부분을 쓰는 동안 뒷부분이 지워지는 상황이라, 맞춤법 연습이 아니라 짧은 문장을 여러 번 써보며 손 속도를 올리는 쪽이 맞아요.
여기에 하나 더 볼 것이 있어요. 문장의 뜻을 이해했는지예요.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물었을 때 자기 말로 바꿔 설명하지 못한다면, 받아쓰기보다 짧은 문장을 듣고 뜻을 말해보는 활동이 먼저예요.
아이가 쓴 글자를 소리 내어 읽게 해보세요
세 단계를 한 번에 구분하기 어려울 때 쓰기 좋은 방법이 하나 있어요.
채점된 시험지를 주고 자기가 쓴 글자를 그대로 소리 내어 읽게 하는 거예요.
읽다가 "어, 이상하다" 하고 스스로 알아차린다면 알고 있는데 쓰는 과정에서 어긋난 거예요.
이런 아이에게 필요한 건 반복 쓰기가 아니라 다 쓴 뒤에 한 번 읽어보는 습관이에요.
반대로 틀리게 쓴 글자를 아무렇지 않게 읽고 넘어간다면 앞의 두 단계 중 하나가 막혀 있을 가능성이 커요.
저도 처음에는 이 순서를 몰라서 틀린 문장마다 세 번씩 다시 쓰게 했어요.
공책은 빽빽해졌는데 다음 주 시험지는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다 시험지를 놓고 읽어보게 했더니 아이가 자기가 틀리게 쓴 글자를 원래 문장 그대로 읽고 있었어요.
글자를 안 외운 게 아니라 두 글자가 같은 글자로 보이고 있었던 거예요.
그날부터 쓰는 양을 줄이고 헷갈리는 글자 두 개씩만 비교했는데 오히려 그게 빨랐어요.
틀린 낱말 대신 틀린 유형을 적어두세요
시험지 한 장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2주 정도, 시험지 두세 장이면 아이의 패턴이 보여요.
이때 틀린 낱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틀렸는지를 적는 편이 훨씬 쓸모 있어요.
'학교를 틀렸다'보다 '받침 있는 낱말에서 계속 틀린다'가 다음 행동을 정해주거든요.
| 틀린 모습 | 살펴볼 단계 |
|---|---|
| 비슷한 소리의 다른 낱말로 씀 | 소리 구별 |
| 특정 글자를 늘 같은 글자로 바꿈 | 글자 구별 |
| 받침을 자주 빠뜨림 | 소리와 글자 연결 |
| 글자 순서를 바꿔 씀 | 낱말 구성 |
| 조사를 빼먹음 | 문장 이해 |
| 문장 뒷부분이 자주 빔 | 듣고 기억하기 |
공책 맨 뒤에 이 여섯 줄만 적어두고, 시험을 볼 때마다 해당하는 줄에 바를 정자로 표시하면 돼요.
2주 뒤에 보면 대부분 한두 줄에 표시가 몰려 있어요. 그 줄이 지금 연습해야 할 곳이에요.
확인한 뒤에는 연습을 이렇게 바꿔요
세 단계 중 어디가 막혔는지 알면 연습 방향이 정해져요.
소리 구별에서 막혔다면 쓰기를 잠시 줄이고 낱말 쌍 고르기를 하루 3분씩 해요.
여기에 글자를 늘여 소리 내는 연습을 붙이면 좋아요. '가'를 보여주고 ㄱ과 ㅏ를 짚으며 "그, 아, 가" 하고 늘려 읽게 하는 식이에요.
글자 구별에서 막혔다면 헷갈리는 두 글자만 골라 비교해요.
하루에 두 쌍이면 충분하고, 그 글자가 들어간 낱말을 각각 두 개씩 찾아보게 하면 더 잘 남아요.
문장 단계에서 막혔다면 짧은 문장부터 시작해요. 세 어절 문장을 말로 따라 하기, 그다음 쓰기 순서로 늘려가면 돼요.
반대로 아는 낱말인데 가끔 한두 개를 놓치는 정도라면 굳이 연습량을 늘릴 필요가 없어요.
다 쓰고 한 번 읽어보는 습관 하나만 붙여도 줄어들어요.
시험 며칠 전부터 날짜별로 어떻게 배치하면 되는지는 급수표 활용법과 함께 초등 저학년 받아쓰기 연습 방법을 다룬 글에서 따로 정리해두었어요.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해볼 시점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다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서 기준을 하나 정해두면 좋아요.
1학년 2학기가 지났는데도 받침 없는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힘들거나, 글자 순서를 자주 뒤집거나, 앞에서 말한 소리 구별 확인에서 반복해서 막힌다면 담임 선생님과 한 번 이야기해보시는 게 좋아요.
학교마다 받아쓰기 운영 방식이 달라 시험을 보지 않는 곳도 있으니, 집에서 본 모습을 그대로 전하는 것만으로도 상담이 시작돼요.
교육부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한글 해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 도구인 '한글 또박또박'을 제공하고 있어요.
학부모가 직접 신청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쓰는 도구라, 상담할 때 결과를 함께 볼 수 있는지 여쭤보는 편이 빨라요.
더 도움이 필요할 때는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습종합클리닉센터로 연결되기도 해요. 보통 학교를 통해 신청하는 방식이라 담임 선생님께 먼저 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비용이 드는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확인해볼 만한 경로예요.
다만 운영 방식과 지원 범위는 지역마다 달라서 해당 교육청 안내를 확인해보셔야 해요.
자주 묻는 질문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아예 보지 않는데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요.
시험 대신 수업 중 쓰기 활동으로 대체하는 학교도 있어요. 이럴 때는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단원의 문장 다섯 개를 집에서 불러주면 돼요. 점수를 매길 필요는 없고 어떤 모양으로 틀리는지만 보면 충분해요.
소리 구별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병원에 가야 할까요.
몇 번의 관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텔레비전 소리를 유난히 크게 하거나 뒤에서 불렀을 때 잘 못 듣는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청력을 한 번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외에는 담임 선생님과 먼저 이야기해보는 편이 순서상 맞아요.
틀린 글자를 세 번 쓰게 하는 게 소용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두 글자의 차이를 아는 상태에서 손에 익히는 용도라면 반복 쓰기도 효과가 있어요.
문제는 차이를 모르는 채로 쓰는 경우예요. 쓰기 전에 어디가 다른지 한 번만 물어보면 구분이 돼요.
형제끼리 차이가 큰데 늦은 아이가 문제일까요.
저학년은 같은 반 안에서도 차이가 큰 시기예요. 다른 아이가 아니라 지난달의 그 아이와 비교하는 편이 정확해요. 틀리는 유형이 조금씩 줄고 있다면 방향은 맞는 거예요.
아이가 받아쓰기 자체를 싫어해서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시험지를 꺼내는 순간 굳는 아이라면 종이를 아예 쓰지 마세요. 소리 구별과 문장 따라 말하기는 말로만 해도 확인이 돼요. 저는 차에서 이동하는 동안 낱말 쌍 고르기를 놀이처럼 했는데, 아이가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훨씬 편했어요.
확인해봤더니 세 단계가 다 조금씩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앞 단계부터 잡는 게 맞아요. 소리가 갈리지 않으면 글자 연습이 얹히지 않고, 글자가 잡히지 않으면 문장 연습이 어려워요. 소리부터 시작해 2주씩 끊어가면 돼요.
다음에 시험지를 받으면 점수를 보기 전에 이 순서로 확인해보세요.
자기가 쓴 글자를 소리 내어 읽게 하고, 스스로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는지 보고, 그렇지 않다면 소리 구별과 글자 구별 중 어디서 막히는지 3분짜리 확인을 해보는 거예요.
기록은 틀린 낱말이 아니라 틀린 유형으로 남기세요. 2주치만 모여도 연습할 곳이 한두 줄로 좁혀져요.
받아쓰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몇 개를 틀렸는지가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걸렸는지예요.
그 하나만 알아도 쓰게 하는 양을 늘리지 않고 다음 시험지를 바꿀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