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활

초등학생 친구 부탁 거절하는 방법, 아이에게 가르칠 한마디

초등생활자 2026. 9. 8. 09:46

필통에 있어야 할 색연필이 자꾸 비어 있어요.

 

물어보면 친구가 빌려달라고 해서 줬다고 하고, 언제 돌려받느냐고 물으면 "그냥 괜찮아"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준비물이 부족한 날에도, 하기 싫은 놀이에 따라가는 날에도 비슷한 대답을 해요.

 

이럴 때 부모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대개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예요.

 

그런데 아이에게는 이 말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거절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막상 친구 앞에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초등학생이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초등학생에게 친구 관계는 생각보다 큰 자리를 차지해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같은 교실에서 보내야 하니, 사이가 틀어지는 일을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게 느낍니다.

 

 

그래서 친구가 부탁했을 때 아이 머릿속에서는 이런 계산이 먼저 돌아가요.

 

  • 거절하면 나랑 안 놀까?
  • 친구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 다른 친구들에게 나쁜 아이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 싫다고 했다가 싸우게 되면 어떡하지?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붙어요. 거절하는 말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이에요.

 

 

어른도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때 어떤 말로 시작할지 잠깐 고민하잖아요.

 

아이는 그 문장을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고, 그 사이에 "응, 알았어"가 먼저 나가버립니다.

 

 

조심스럽고 갈등을 피하려는 성향 자체를 문제로 볼 필요는 없어요.

 

성격을 바꾸려고 하면 아이만 힘들어져요. 성격은 그대로 두고, 쓸 수 있는 문장만 늘려주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에요.

 

초등학생 친구 부탁 거절하는 방법, 아이에게 가르칠 한마디

모든 친구 부탁을 거절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에게 "친구가 부탁하면 싫다고 해"라고 가르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친구가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여분이 있고 아이도 괜찮다면 빌려줘도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부탁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아이가 아는 거예요.

 

아이와 함께 부탁을 세 칸으로 나눠보면 이해가 빨라요.

 

1. 들어줘도 괜찮은 부탁

내가 손해 보지 않고 마음도 불편하지 않은 부탁이에요. 여분의 지우개를 빌려주거나, 나도 하고 싶은 놀이에 함께 가는 경우가 여기에 들어가요.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도와주면 됩니다. 이건 배려예요.

 

2. 내가 정해도 되는 부탁

내 물건, 내 시간, 내 차례를 내주는 경우예요. 오늘 수업에 쓸 준비물을 빌려달라거나, 간식을 나눠달라거나, 하고 있던 놀이를 양보해달라는 부탁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 칸에는 정답이 없어요. 해주고 싶으면 해도 되고,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아이가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칸이 바로 여기입니다.

 

3. 거절해야 하는 부탁

규칙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부탁이에요.

 

숙제를 대신 해달라는 요구, 다른 친구를 따돌리는 데 같이 서달라는 요구, 물건을 몰래 가져오라는 요구, 거짓말을 하라는 요구가 여기 들어갑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면 좋아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는 조건이 붙은 부탁이에요.

 

어른에게 말하지 말라는 말이 붙는 순간 그건 아이가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알려주세요.

 

세 번째 칸은 아이가 고민할 칸이 아니라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면, 아이도 그 순간 덜 흔들려요.

 

 

아이에게 가르칠 거절 문장 세 단계

거절을 한 문장으로만 알려주면 친구가 계속 조를 때 쓸 카드가 없어요. 상황이 세지는 순서대로 세 단계를 미리 정해두면 아이가 훨씬 덜 당황합니다.

1단계. 짧고 부드럽게

가장 먼저 알려줄 문장이에요.

"미안하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아."

물건이라면 "미안하지만 오늘은 빌려주기 어려워"로 바꿔 쓰면 돼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길이예요.

 

문장이 길면 아이가 그 자리에서 못 꺼냅니다.

 

이유를 붙이라고 가르치지도 마세요. 이유를 대기 시작하면 친구가 그 이유를 하나씩 반박하는 쪽으로 대화가 흘러가요.

 

하기 싫다는 것 자체가 이유라는 걸 아이가 알아야 합니다.

 

 

2단계. 같은 말을 반복하기

한 번 거절했는데도 "한 번만", "친구인데 그것도 못 해줘?"가 돌아올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무너지는 지점이 바로 두 번째 부탁 앞입니다.

 

이때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 필요가 없어요.

"아까 싫다고 말했어."

표현을 바꾸지 않고 같은 문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한 번 말한 생각을 유지해보는 경험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3단계. 대화를 끝내기

두 번 거절했는데도 계속 요구하거나, 처음부터 세 번째 칸에 해당하는 요구라면 더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안 할 거야."

이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가라고 알려주세요.

 

3단계는 친구를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를 끝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 아이도 금방 이해합니다.

 

 

집에서 짧게 연습해보세요

말로만 설명하면 실제 상황에서는 잘 나오지 않아요.

 

한 번이라도 소리 내어 말해본 문장과 머리로만 아는 문장은 다르거든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부모가 친구 역할을 맡는 거예요.

 

"이 색연필 나 줘"라고 하고 아이가 답하게 합니다.

 

아이가 답하면 "친구인데 그것도 못 빌려줘?"로 한 번 더 밀어보고 2단계 문장까지 쓰게 해보세요. 여기까지 3분이면 충분해요.

 

아이가 처음에 "싫어" 한마디밖에 못 해도 그대로 두세요. 짧게라도 거절해본 것이 시작이에요. 문장은 그다음에 붙이면 됩니다.

 

역할극이 어색한 집도 많아요.

 

저녁에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차 안이나 설거지하는 옆에서 "오늘 누가 뭐 빌려달라고 했어?"라고 툭 던지고, 그때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는 정도로도 돼요. 마주 앉아 하는 연습보다 이쪽이 잘 통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연습보다 효과가 큰 것이 하나 있어요. 거절하고도 별일 없이 넘어간 날을 짚어주는 거예요.

 

"빌려주기 싫다고 했는데 그냥 다른 애한테 빌리더라"는 경험이 한 번 쌓이면 다음 거절이 훨씬 쉬워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잘못 가르쳤어요

저도 처음에는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잖아"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저도 이제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생겼어요.

 

왜 또 들어줬는지 물어보니 "그냥 싫다고 말하기가 그랬어"라고 하더라고요. 거절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게 아니라, 그 순간 꺼낼 문장이 없었던 거예요.

 

그다음에 한 실수는 문장을 너무 정성껏 만들어준 것이었어요.

 

"미안한데 지금 내가 쓰고 있어서 빌려주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처럼 길게 알려줬더니 아이가 한 마디도 못 꺼냈습니다.

 

외우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문장을 반으로 줄이고 나서야 아이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또 하나는 매일 확인하듯 물어본 일이에요.

 

"오늘은 거절했어?"라고 묻는 날이 이어지자 아이가 친구 얘기 자체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점검처럼 들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가 먼저 말할 때만 받아주고, 그날 뭐라고 말했는지 한 문장만 같이 정리하는 정도로 두고 있어요.

 

 

거절했다고 친구가 서운해할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거절해도 친구는 아무렇지 않을 거야"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요. 실제로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친구가 서운해하는 것과 아이가 잘못한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알려주세요.

 

"친구가 네 말을 듣고 조금 서운할 수는 있어. 그렇다고 네가 나쁜 친구가 되는 건 아니야."

이런 경험이 한두 번 쌓이면 아이도 알게 돼요.

 

싫다고 말해도 친구와 계속 놀 수 있다는 것을요. 처음부터 모든 거절을 잘하는 것보다 이 경험을 하나씩 쌓는 편이 훨씬 오래갑니다.

 

 

물건이나 돈이 오가는 부탁은 기록해두세요

연필이나 지우개를 빌려주는 건 흔한 일이에요.

 

그런데 특정 친구가 반복해서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는다면, 여기서부터는 말솜씨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무엇을 언제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알림장 한쪽에 적어두게 해보세요.

 

나중에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기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돈이나 간식을 사달라는 요구도 액수가 작다고 넘기지 않는 편이 좋아요. 이런 부탁은 한 번 통하면 반복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온라인도 마찬가지예요.

 

대화방에서 게임 아이템을 빌려달라거나 계정을 잠깐 넘겨달라는 부탁, 다른 친구를 두고 하는 말에 같이 답하라는 요구가 여기 들어가요.

 

대화방은 화면이 그대로 남으니 지우지 말고 캡처해두라고 알려주면 좋습니다.

 

 

이런 상황은 아이 혼자 해결하게 두지 마세요

거절 연습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친구 사이에서 통하는 방법이에요.

 

힘의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문장을 아무리 잘 가르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건 감정 문제가 아니라 법에 기준이 있어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 유형에 강요와 강제적인 심부름을 명시하고 있고, 교육부 사안처리 자료는 심부름 강요, 과제 대행, 게임 대행처럼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행위를 그 예로 들고 있어요.

 

따돌림도 2명 이상이 특정 학생을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공격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따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신호가 보이면 거절 연습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편이 안전해요.

  • 분명히 싫다고 했는데도 요구가 이어질 때
  • 안 하면 같이 놀아주지 않겠다는 말이 붙을 때
  • 여러 명이 함께 몰아서 요구할 때
  • 돈이나 물건이 반복해서 오갈 때
  • 친구 관계 때문에 아이가 학교 가기를 힘들어할 때

아이에게 해줄 말은 정해져 있어요.

 

네가 혼자 해결하지 않아도 되고, 어른에게 말하는 건 이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실제로 말했을 때 부모가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가장 가까운 창구는 담임 선생님입니다. 학교 안 상담실인 Wee클래스도 신고와는 별개로 이용할 수 있어요.

 

그 밖에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가 24시간 운영되고, 국번 없이 117로 전화하거나 문자는 #0117로 보낼 수 있으며 방문 상담도 가능합니다.

 

신고 이후 학교에서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는 친구와 다퉜을 때 부모가 먼저 물어볼 질문을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뤘어요.

 

 

초등학생 친구 부탁 거절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거절하면 친구가 안 놀아줄까 봐 무섭다고 해요.

그럴 리 없다고 안심시키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고 넘어가는 편이 나아요. 다만 그 한 번으로 관계가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도 함께 말해주세요.

 

 

집에서는 연습이 되는데 학교에서는 못 한다고 해요.

목표를 낮춰보세요. 오늘은 "싫어" 한 단어만 말해보기처럼 한 칸짜리 목표를 주면 성공 경험이 먼저 쌓입니다. 문장은 그다음에 늘려도 늦지 않아요.

 

 

저학년과 고학년을 다르게 가르쳐야 하나요.
저학년은 물건이나 놀이 순서처럼 눈에 보이는 부탁이 많아 짧은 문장만으로도 통하는 편이에요. 고학년은 무리 안에서의 위치가 얽히기 때문에 문장보다 상황 판단이 중요해집니다. 고학년이라면 세 칸 기준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쪽에 시간을 더 쓰는 게 좋아요.

 

 

부모가 상대 아이에게 직접 말해도 될까요.
아이들 사이 일에 어른이 바로 들어가면 대개 일이 커져요. 담임 선생님을 먼저 거치는 쪽이 안전합니다. 다만 앞에서 정리한 반복적인 요구에 해당한다면 그때는 학교에 정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아요.

 

 

반대로 우리 아이가 부탁을 자주 하는 쪽이면요.
부탁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어요. 대신 거절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세요. "그럼 다른 애한테 물어볼게"로 넘어가는 연습이 그것입니다. 한 번 거절당한 뒤에 다시 조르는 건 부탁이 아니라는 점도 짚어주면 좋아요.

 

 

성격이 조심스러운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는 아닐까요.
성격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도구를 하나 쥐여주는 일에 가까워요. 조심스러운 아이일수록 정해진 문장이 있으면 오히려 편해합니다. 다만 몇 주가 지나도 학교 이야기를 아예 안 하거나 등교를 힘들어한다면, 연습을 이어가기보다 담임 선생님이나 Wee클래스 상담을 먼저 알아보는 편이 좋아요.

 

오늘 저녁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예요. 아이와 함께 첫 문장을 정하는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아."


이 한 줄이면 시작으로 충분해요. 익숙해지면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을 차례로 붙이면 됩니다.

 

친구 부탁을 잘 들어주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착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배려는 내가 골라서 하는 행동이고, 싫은데도 참고 맞춰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모든 부탁을 잘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정할 수 있는 칸이 있다는 감각이에요.

 

그 감각은 문장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참고한 자료

  •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중 강요 유형 예시 (교육부)
  • 학교폭력 신고 및 초기대응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위(Wee) 프로젝트 we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