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밥 많은 책을 싫어하는 아이, 한글은 읽는데 왜 긴 책은 안 읽을까?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고민이 생깁니다.
한글을 읽을 줄 알고 그림책도 잘 보는데, 막상 글이 많은 책을 건네주면 금방 덮어버리는 경우입니다.
저희 아이도 그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었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긴 이야기가 있는 책도 혼자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글이 많아지니 읽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한글을 못 읽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는데 긴 글을 계속 읽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제 한글도 읽을 줄 아는데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혀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글이 많은 책을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 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주고, 제가 다시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니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한글을 읽는다고 바로 긴 책을 혼자 읽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그림책에서 자연스럽게 글이 많은 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것과 긴 이야기를 혼자 끝까지 읽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짧은 문장은 읽을 수 있어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가 이어지면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의 분량을 한꺼번에 늘리기보다는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을 찾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 책을 다 읽어야 해.”
“이 정도는 혼자 읽어야 해.”
이렇게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앞에 조금만 읽어봐. 다 읽을 필요 없어. 읽어보다가 재미있으면 뒤에도 읽어보자.”
이런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직접 읽다가 힘들어하면 제가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된 8살 무렵에도 저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챕터 정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했습니다.
한 챕터가 두 챕터가 되고, 한 권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권의 책이 여러 권의 시리즈로 이어졌고, 어느 순간 아이가 혼자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의 분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기보다 아이가 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끝까지 경험하는 과정이 먼저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부터 찾았습니다
제가 책을 고를 때 중요하게 본 것은 글자 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지, 이야기가 궁금한지, 그림과 글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글은 조금 많아졌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아이가 생각보다 오래 집중했습니다.
반대로 글이 적더라도 아이가 관심이 없는 책은 쉽게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갑자기 두꺼운 책으로 넘어가기보다는 중간에 여러 단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림이 많은 책에서 그림과 글이 적절하게 섞인 책으로, 그다음에는 이야기가 길어지는 책으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저는 이것을 아이가 책을 읽는 단계 사이에 다리를 하나 놓아주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긴 이야기에 익숙해질 때 읽어본 책
아래 책들은 저희 아이가 실제로 읽거나 제가 읽어주면서 반응을 봤던 책들입니다.
아이마다 읽는 속도와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연령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저희 아이를 기준으로 읽기 좋았던 시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책 | 저희 아이 기준으로 읽기 좋았던 시기 | 대략적인 내용 | 실제로 읽혀본 경험 |
|---|---|---|---|
| 위시위시 베이커리 | 5세부터 | 빵과 디저트를 중심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림과 글을 함께 보면서 따라가기 좋습니다. |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5살부터 읽어줘도 잘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많은 책으로 넘어가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좋았습니다. |
| 엉덩이 탐정 시리즈 | 6~7세부터 | 엉덩이 탐정이 여러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 퀴즈나 찾아보기 요소도 있어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엉덩이 탐정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책도 같이 읽어줘도 좋습니다. 저희 아이는 8살에 혼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 빠져서 읽었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긴 책에 대한 부담도 조금 덜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
| 책 먹는 여우 시리즈 | 8세부터 추천 | 책을 너무 좋아해 책을 먹어버리는 여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 8살부터 혼자 읽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저희 아이는 7살 때 엄마가 읽어주었는데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들었습니다. 혼자 읽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아이라면 먼저 엄마가 읽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
| 비밀요원 레너드 시리즈 | 6세부터 | 비밀요원 레너드가 여러 미스터리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모험과 추리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 저희 딸은 5살 때도 이야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책이 길다 보니 끝까지 집중해서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6살이 되니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더라고요. 같은 책이라도 아이의 나이와 집중하는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 엽기 과학자 프래니 시리즈 | 7세부터 읽어줘도 좋음 |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자 프래니가 벌이는 재미있는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 어느 정도 긴 글을 읽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추천하고 싶습니다. 혼자 읽는 것이 아직 부담스럽다면 엄마가 읽어주는 방법도 좋습니다. 7살부터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으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
| 그리스 로마 신화 | 8세 전후부터 추천 | 여러 신과 영웅들이 등장하며 다양한 신화와 모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저는 아이가 혼자 글을 읽기 시작한 8살에 사줬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5번도 넘게 반복해서 읽을 정도였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꼭 8살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더 어린 나이부터 엄마가 읽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
| 천하무적 수사대 | 8세 전후부터 | 어린이 수사대가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 이야기로, 단서를 따라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저희 아이는 8살 중반부터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느 정도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고 추리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
혼자 읽지 않는다고 너무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글이 많은 책을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모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이제 8살인데 이 정도는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아이들은 벌써 긴 책을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만 늦은 것은 아닐까?’
저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책의 분량을 늘리려고 하니 아이가 책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냥 제가 읽어주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다시 많아졌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아이가 긴 이야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서 직접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권을 읽고, 또 다음 권을 읽었습니다.
시리즈 책을 만나면서는 “다음 권도 읽어줘”라고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글이 많은 책도 혼자 읽습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저희 아이는 글이 많은 책도 혼자 잘 읽습니다.
예전에는 몇 장만 넘어가도 부담스러워했는데 지금은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두꺼운 책도 찾아서 읽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재미있었던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 방식이 완전히 혼자 읽기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제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둘째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으면 옆에 와서 같이 듣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혼자 읽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지금은 꼭 혼자 읽는 것만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책과 가까워지는 좋은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
글이 많은 책을 싫어한다면 책의 두께부터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에게 글이 많은 책을 읽히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두꺼운 책을 사주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글을 읽는다고 바로 긴 책을 혼자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한다면 그림이 충분히 있는 책에서 시작하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 캐릭터가 나오는 책을 찾아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아직 혼자 읽는 것이 힘들다면 엄마가 읽어줘도 됩니다.
저희 아이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한 챕터를 읽다가 멈추기도 했고, 제가 읽어주기도 했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가 스스로 책을 펼치고 긴 이야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의 분량을 늘리는 것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 아이에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아이마다 책을 읽는 속도는 다릅니다.
지금 긴 책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서 무조건 더 어려운 책을 건네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부터 찾아주고, 필요하다면 엄마가 다시 읽어주면서 조금씩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읽기를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듣고, 읽고, 또 읽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읽는 단계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