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다 보면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지겨워하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계산 연습을 하는 데 문제집이 필요하지만, 매일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풀다 보면 수학 자체를 재미없는 과목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에게 수학 문제집을 계속 풀게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문제집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수학적인 생각을 경험하게 해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보드게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수학 공부를 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임과 TV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보드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갔습니다.
며칠 가지고 놀다가 장난감처럼 금방 싫증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매일 보드게임을 가지고 왔습니다.
같이 해주다 보니 저도 조금 힘들어서 대신 놀아줄 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어린 동생에게 게임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끼리 게임을 할 수 있게 적응하고 나니 어느 순간에는 아이들이 저보다 게임을 더 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목적은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을 계속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오래 앉아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처음에 하던 게임은 어느 순간 너무 쉬워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어려운 게임을 하나씩 찾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어려워질수록 한 판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이와 게임하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한 게임이 길어지면 저부터 허리가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끝까지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체력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할 때도 변화가 보였습니다.
예전보다 공부를 시작했을 때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물론 보드게임만으로 공부 집중력이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에게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한 가지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게임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경험이 쌓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공부할 때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카누들을 하면서 생각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누들을 가지고 놀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입체 퍼즐이 꽤 어려워 보여서 아이가 금방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한참 동안 앉아서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맞지 않으면 다시 빼고, 다른 방법으로 조합해봤습니다.
한 가지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예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아이는 예전에는 도형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바로"모르겠어. 알려줘 엄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과 퍼즐을 가지고 놀면서부터는 어려운 도형 문제를 만나도 바로 답을 물어보기보다 먼저 자기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손으로 직접 조각을 움직여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던 경험이 수학 문제를 해결할 때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을 빨리 알려주는 것보다 맞지 않는 방법을 직접 경험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과정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훈련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보드게임을 단순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이에게는 놀이를 하면서 생각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초등수학 문제집과 보드게임은 역할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수학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계산 연습이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는 문제 풀이가 필요합니다.
다만 수학을 문제집으로만 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집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읽고 정답을 찾아야 하지만 보드게임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숫자를 사용할지, 어느 조각을 놓을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다른 방법은 없을까?
- 이 조각을 여기 놓으면 어떻게 될까?
- 다음 차례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 지금 선택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이처럼 보드게임은 수학 문제를 직접 풀지 않더라도 수와 공간, 규칙과 전략을 생각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초등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보드게임 추천
보드게임마다 필요한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나이와 경험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는 집에서 활용하기 좋은 게임들을 추천 연령과 키워볼 수 있는 사고력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보드게임 | 추천 연령 | 키워볼 수 있는 사고력 | 활용 포인트 |
|---|---|---|---|
| Shapes Up | 6세~ | 공간지각력·도형감각 | 모양과 공간 관계 이해 |
| 폴드잇(Fold-it) | 7세~ | 공간지각력·순발력 | 접는 방향과 위치 생각하기 |
| Conix | 7세~ | 공간구성력·입체적 사고 | 조각을 이용해 구조 만들기 |
| 셈셈 수놀이 | 6~8세 | 수 감각·기초 계산력 | 숫자를 놀이로 경험 |
| 셈셈 피자가게 | 7세~초2 | 계산력·문제해결력 | 생활 속 상황에서 수 활용 |
| 킹도미노 | 초1~고학년 | 전략적 사고·공간구성력 | 타일 선택과 영역 구성 |
| 루미큐브 | 초2~고학년 | 패턴·조합·수리적 사고 | 숫자 조합과 규칙 활용 |
| 카누들 베이직 | 6세~ | 공간지각력·문제해결력 | 입체 퍼즐을 직접 구성 |
| 카누들 헤드투헤드 | 7세~ | 공간지각력·전략적 사고 | 상대와 경쟁하며 퍼즐 해결 |
| 스도큐브 | 초등 저학년~ | 논리력·추론력·규칙성 | 조건과 규칙을 이용해 해결 |
※ 추천 연령은 아이의 게임 경험과 규칙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희 둘째는 5살이었을때부터 하다보니 지금은 킹도미노를 아주 잘하듯 아이들이 할수있으면 알려주셔도 좋을것같습니다.
저학년은 숫자와 도형을 친숙하게 만들어주세요
6~7세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어려운 연산을 많이 하기보다 숫자와 도형을 재미있게 접하는 경험부터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셈셈 수놀이는 숫자를 가지고 놀면서 수 감각과 기초 계산을 경험할 수 있고, Shapes Up이나 폴드잇은 도형과 공간을 생각해보는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Conix나 카누들 베이직처럼 직접 조각을 움직이는 게임도 좋습니다.
특히 퍼즐을 맞히지 못했을 때 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이 조각을 다른 곳에 놓아볼까?"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
정도로 이야기해주면 아이가 스스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1~초2는 계산을 놀이 속에서 사용해보세요
학교에서 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 덧셈과 뺄셈 같은 계산도 반복하게 됩니다.
이때 셈셈 수놀이나 셈셈 피자가게처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하는 활동을 함께 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집에서 "3+5는 얼마일까?"를 반복해서 묻는 것과 달리 게임에서는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직접 계산해야 합니다.
이런 경험은 수를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숫자를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초3~초4는 전략과 조합을 생각하게 해보세요
초등 중학년이 되면 수학 문제도 조금씩 복잡해집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제의 조건을 파악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이때는 킹도미노나 루미큐브처럼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왜 이걸 골랐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물어보면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초5~초6은 전략과 추론을 경험해보세요
고학년이 되면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조건을 파악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비교하는 과정도 중요해집니다.
루미큐브, 킹도미노, 카누들 헤드투헤드, 스도큐브처럼 규칙을 파악하고 다음 상황을 예상하면서 해결하는 게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바로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놀이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또 하나의 공부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부모가 가장 쉽게 하는 실수는 아이에게 교육 효과를 계속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거 하면 수학 공부가 되는 거야."
"사고력이 좋아지니까 열심히 해."
이렇게 말하기 시작하면 아이에게 보드게임도 결국 또 하나의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 집도 처음에는 그런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TV와 게임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니 자연스럽게 매일 하게 되었고, 더 어려운 게임을 찾으면서 한 게임을 끝내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저도 한 게임만 하고 나면 허리가 아프고 힘들 정도인데 아이들은 끝까지 앉아서 게임을 했습니다.
카누들을 할 때는 어려워 보이는 입체 퍼즐을 가지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도형 문제를 만났을 때도 예전처럼 바로 답을 물어보기보다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 보드게임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이와 보드게임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학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계산하고, 도형을 돌려보고, 규칙을 이해하고, 상대의 선택을 예상하고, 실패한 방법을 다시 바꿔보는 경험은 문제집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재미있어한다면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고도 한 가지 활동에 오래 머물러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과 끝까지 시도해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고 있었습니다.
수학 문제집만 풀어서 아이가 지겨워한다면 문제집을 한 권 더 꺼내기보다 오늘은 보드게임 한 판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특히 이번 추석처럼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있다면 아이와 부모, 형제자매가 함께 게임을 하면서 놀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추석때 나들이를 계획학고있다면 제 블로그의 다른글도 보시면 좋을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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